우레탄이라는 소재로 미술작업을 하는 화가 정상섭의 열 번째 작품전이 진주 남가람박물관(전시일정 2024년 10월 1일~10월 13일)에서 열리고 있어 지역미술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대미술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부분 중 하나가 어떤 ‘새로운 재료(뉴미디어)’를 사용하여 미술사적인 의미를 부여할 것인가와 또 다른 하나는 미술이 보여주는 시각적 이미지를 토해 어떤 미학적 가치 즉 철학적 의미를 지녔는가로 축약할 수 있다.
작가 정상섭은 폴리우레탄이라는 화학적인 소재를 통해 미술이 갖는 질료적인 통념을 깨뜨리고 있는 작가이다. 이미 모더니즘이 붕괴된 1945년부터 끊임없는 형식의 파괴, 재료의 혁신을 거듭해 온 시대적 흐름을 본다면 21세기가 낳은 산업문명의 산물이 그 재료가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정상섭이 사용하는 주재료는 우레탄도장이지만 포맥스(Fomax)와 레진(Resin), 엠디에프(MDF), 아크릴릭(Acrylic) 등과 기술적 공정이 동반되는 이 시대의 대표적인 산물들이 주류를 이루는 것이 특징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공정에 의한 작업을 하는 작가는 정상섭이 유일한 작가이다.
한편 작가 정상섭의 작품이 갖는 미학적 가치의 핵심어는 ‘반복’과 ‘관계’로써 그가 영국유학 시절에 겪고 깨달은 화두와도 같은 것이다.
우선 ‘반복’에 대한 근원을 살펴보면, 근대 바로크나 로코코양식의 건축물의 반복적이고 규칙적인 창문의 구조와 현대식 건축에서 나타나는 나선형 계단, 일상에서 주로 사용하는 블라인드와 그림자의 모습들이 그것이다. 이러한 반복은 오늘날 동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의식속에 깊게 뿌리내려 질서정연을 통해 안정과 완벽에 이르는 쾌감과 연결된다고 작가는 말한다.
다음으로 ‘관계’는 삶에 대한 경험으로 얻어진 관계에 의해 상호간의 영향력의 주고받음과 이해와 공유를 통해 만들어지는 사회적 구조에 대한 철학적 접근이다.
작가는 이 두 가지 화두를 시각화하는 작업을 통해 정신분석학자 프로이드가 주장하는 우리 삶을 달리는 기차에 비유하고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간이역에 비유한 것과 같이 작품을 통해 주체적 생각과 공유에 관한 본인의 생각을 끄집어내어 이미지화하였다고 밝혔다.
한편 작가 정상섭은 1977년 진주태생으로 경상국립대학교와 같은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했고 영국 런던예술대학교 첼시칼리지에서 예술과 디자인을 공부했다.
지난 2006년 창원성산아트홀에서의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서울, 독일, 대구, 영국, 진주 등지에서 열 번의 개인작품전을 가졌고 현재까지 작가가 수학했던 영국과 서울을 비롯한 국내에서 많은 단체전에 참여했으며 그의 작품은 진주시청, 갤러리46(영국), 노암개럴리(서울), 경남문화예술진흥원 등지에 소장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경남창작센터와 대구예술발전소 등지에서 레지던스에 참여했고 지난 2016년에는 경남청년작가상을 수상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경남현대작가회, 오로라회 등의 그룹활동을 하고 있다.
